하이힐은 무죄? 유죄?
뉴욕 최고의 웨딩 플래너 메리(제니퍼 로페즈 분)는 완벽한 커리어우먼이지만 실상 외롭기 짝이 없다.
그녀가 기획하는 결혼식엔 멋진 신랑이 등장해도 그녀의 인생에 만은 출중한 배필이 오리무중인 까닭이다.
사실 그녀는 약혼자에게 배신당한 상처를 갖고 있다. 멎진 남자가 나타나지 않는 건 그 아픔이 빚어낸 마음의 벽 때문인지도
모를 일. 그런 그녀에게 스티브(매튜 매커너히 분)는 사랑에 대해 새로운 꿈을 꾸도록 해준다.
쓰레기 수레에 치일 뻔한 자신을 구하고 따뜻한 모습을 보여준 스티브, 알고보니 고객의 신랑이 될 사람이다. 충격을 받고도 묵묵히 스티브의 웨딩 준비를 하는 메리.
그러나 마음은 불편하기 짝이 없다.
그런데 메리의 마음이 불편하기 훨씬 전, 필자의 머릿속이 불편하기 시작했다. 메리와 스티브를 만나게 한 '하이힐' 탓이다.
둘은 맨홀에 낀 메리의 하이힐 때문에 만났다. 끝까지 하이힐에서 발을 빼지 않은 채 낑낑대던 메리를 쓰레기 수레가 강타하기 직전
스티브가 몸을 날려 구한것. 그런데 신기하게도 메리의 다리엔 이상이 없다. 그만한 충격이면 하다못해 '삐끗'하는 염좌라도 입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영화라서' 그럴 수 있다. 치자. 하지만 다음 문제는 더 어렵다. 여성들은 왜 하이힐에 그렇게 연연할까? 메리만이 아니다.
한 외화드라마에서는 트레이닝 복에도 하이힐을 고집하는 여성이 나왔다. 현실에선 하이힐을 수집하느라 카드 빚도 마다 않는 여성이 많단다.하지만 하이힐은 중독되기엔 리스크가 너무 큰 신발이다.
하이힐은 우선 허리 통증을 부른다. 특히 앞굽이 낮은 하이힐은 사람의 무게 중심을 앞으로 쏠리게 만드는데, 이를 바로잡으려 허리를 뒤로 젖희면 척추뼈가 뒤로 휘어 축추후만증이 나타나는 것. 또 무게 중심을 잡으려다보니 온몸의 근육이 긴장을 해 피로도 높아진다. 최근엔 뒤축 없이 끈으로 발목을 묶는 스트랩 슈즈라는게 유행인데,
이 신발은 발이 미끄러져 발목 염좌나 골절을 입게 될 우려까지 존재한다. 실제로 하이힐을 신는 여성 중에는 엄지쪽 발가락 뼈가 툭 튀어나오는 무지외반에 걸리는 사람이 많다.
또 발목을 자주 삔다고 호소하는 여성 중에는 하이힐을 신었다 삔 후 이를 제대로 치료하지 않아 발목이 약화된 경우가 많다.
하이힐은 되도록 신지 않는 게 다리 건강을 위해 좋다. 포기할 수 없다면 굽 높이가 5cm 이하인 것을 신도록 한다.
그 정도 굽으로 영화처럼 '로맨틱' 분위기를 이끌어낼 수 있겠느냐 반문한다면 , 영화 <하얀궁전>을 보기 권한다. 운동화 끈이 사랑을 이어줄 수도 있음을 알게 될것이다.
윤재영 / 나누리병원 정형외과 과장
출처 : 이코노미 21 No.258 영화속 건강